조후 — 계절과 온도로 잡는 용신
저울로 재는 방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사주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온도계를 꺼내야 합니다.
용신 편에서 다룬 방식은 일간이 강한지 약한지를 재서 모자라면 보태고 넘치면 덜어 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이것을 억부(抑扶)라고 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기본기입니다.
그런데 억부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주가 있습니다. 저울은 맞는데 삶이 고단한 경우, 또는 저울이 기울었는데도 순탄한 경우입니다. 이럴 때 꺼내는 두 번째 자를 조후(調候)라 합니다. 춥고 더움, 메마름과 축축함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왜 온도를 따지는가
명리는 자연을 본뜬 체계입니다. 한겨울 자월(子月)에 태어난 갑목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울로 재면 수가 목을 낳아 주니 신강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꽁꽁 언 땅에 선 나무입니다. 물이 더 들어온들 얼음이 늘 뿐이고, 필요한 것은 오직 햇볕 한 줄기입니다.
반대로 한여름 오월(午月)의 갑목은 불에 시달립니다. 목생화로 기운이 다 빠져 신약한데, 여기에 목을 보태 준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먼저 물로 식혀야 합니다.
월별 조후의 큰 기준
| 태어난 달 | 사주의 상태 | 먼저 필요한 것 |
|---|---|---|
| 해·자·축 (겨울) | 차고 얼어 있음 | 화(火) — 병화가 으뜸, 정화가 다음 |
| 인·묘 (이른 봄) | 아직 찬 기운이 남음 | 화로 덥히고 수로 적심 |
| 사·오·미 (여름) | 덥고 메마름 | 수(水) — 임수가 으뜸, 계수가 다음 |
| 신·유 (가을) | 건조하고 날카로움 | 수로 적시고, 지나친 금은 화로 다스림 |
| 진·술 (환절기) | 치우치기 쉬움 | 사주 전체를 보아 모자란 쪽 |
겨울이면 무조건 불, 여름이면 무조건 물이라고 외워 버리면 틀립니다. 겨울에 태어났어도 사주에 화가 이미 넘치면 더 넣을 이유가 없고, 여름에 태어났어도 수가 가득하면 오히려 불이 반갑습니다. 태어난 달은 출발점일 뿐, 여덟 글자 전체를 보고 정합니다.
억부와 조후가 어긋날 때
가장 까다로운 대목입니다. 저울은 목을 보태라 하는데 온도계는 불을 넣으라 하는 식입니다. 실무에서 쓰이는 판단 기준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치우침이 극단적일 때는 조후가 앞섭니다. 사주가 통째로 얼었거나 타 버린 경우, 온도를 맞추지 않으면 어떤 처방도 듣지 않습니다
- 치우침이 완만하면 억부가 앞섭니다. 계절이 그리 혹독하지 않다면 세기의 균형을 맞추는 쪽이 실효가 큽니다
- 둘이 같은 글자를 가리키면 그 글자는 매우 귀한 용신이 됩니다. 이런 사주는 운의 기복이 뚜렷하고, 그 기운이 오는 시기에 확연히 풀립니다
조후가 알려 주는 생활의 방향
조후용신은 추상적인 개념 같지만 생활로 옮기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오행의 색·방위·계절 대응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 필요한 기운 | 환경 | 일하는 방식 |
|---|---|---|
| 화(따뜻함) | 볕이 드는 남향, 밝은 조명, 붉은 계열 | 사람을 만나는 일, 드러내는 일 |
| 수(서늘함) | 물가, 북향, 어두운 계열, 조용한 공간 | 생각하고 다듬는 일, 기획 |
| 목(펼침) | 나무와 초록, 동쪽, 아침 시간 | 새로 시작하는 일, 가르치는 일 |
| 금(거둠) | 금속과 흰색, 서쪽, 정돈된 공간 | 정리하고 결정하는 일, 관리 |
| 토(머무름) | 흙과 황토색, 중앙, 안정된 자리 | 중재하고 떠받치는 일 |
과학적 인과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잡는 장치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겨울 사주가 남향 방으로 옮겼다고 운명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기에게 부족한 기운이 무엇인지 알고 그쪽으로 몸을 돌려 두는 일은, 그 자체로 선택의 방향을 정돈해 줍니다.
정리
억부가 '얼마나 세냐'를 묻는다면 조후는 '살 만한 환경이냐'를 묻습니다. 두 자를 함께 쓰시고, 어긋날 때는 더 절박한 쪽을 먼저 보십시오. 얼어 죽을 판에 영양제를 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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